인도네시아 강진 참사 한 달… 피해주민들 닥쳐온 우기에 ‘시름’

"강한 비로 질병 확산 우려…말라리아뎅기열 의심 사례 나와" 규모 7.0 지진 덮쳤던 롬복까지 포함하면 65만명 비바람 노출

2018년 10월 26일 인도네시아 중앙술라웨시 주 팔루 해변에서 노동자들이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된 다리에서 철거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월 말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술라웨시 섬 중부에 우기가 시작되면서 피해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대 피해 지역인 중앙 술라웨시 주 팔루와 동갈라 리젠시(군郡) 일대에는 이미 수일째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27일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제구호단체들에 따르면 21만4천여 명에 달하는 이재민들은 지진 발생일로부터 거의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수포 등으로 대충 지은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현지 파트너 구호기관인 ‘야야산 사양이 투나스 칠릭'(YSTC)의 셀리나 숨붕 회장은 “중앙 술라웨시 지역에서 우기가 확실히 시작됐다. 집을 잃고 임시 숙소나 천막 등에 머무는 주민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선 설사와 호흡기 감염 증세를 보이는 주민들의 수가 늘고 있다.

숨붕 회장은 “말라리아와 뎅기열, 수두 감염 의심 사례도 보고됐다”면서 “매몰자들의 시신이 부패하는 가운데 비는 모기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팔루와 동갈라는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건당국은 이와 관련해 구호요원들에게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을 권고한 상황이다.

우기가 본격화하면 오지의 지진 피해주민들에 대한 접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도 문제다.

YSTC는 비가 오면서 팔루와 동갈라 주변 비포장도로 상당수가 진흙탕으로 바뀌었으며, 동갈라의 주요 도로 한 곳은 산사태 위험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일부 구호단체들은 육로 이동을 포기하고 배를 이용해 피해 지역을 오가며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다.

숨붕 회장은 술라웨시 섬은 물론 지난 7월 말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550여 명이 숨진 롬복 섬의 이재민들도 우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두 섬에서 도합 65만 명이 집을 잃었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인도적 지원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적도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편으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인 우기에는 강한 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술라웨시 섬 중부에선 지난달 28일 저녁 규모 7.5의 지진과 약 6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2천81명이고, 1천309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지난 21일 사망자를 2천256명으로 집계했다가 26일 숫자를 다소 내려 잡았다.

하지만 지하수가 올라와 지표면이 물러지는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거의 통째로 땅에 삼켜진 마을이 다수여서 실제 사망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경제적 손실은 15조2천900억루피아(약 1조1천5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기사.(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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