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나라마다 여권색깔 다른 이유

이정미 SPH / 한인포스트 학생기자

대한민국 여권이 32년만인 2020년도에 새로 발행이 되는 전자 여권의 색상을 바꾼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여권은 각 일반, 관용 그리고 외교관 여권으로 순서대로 녹색, 적색 그리고 청색으로 나누어 졌지만, 새 여권은 짙은 청색이 될 거라고 한다.

새로운 색상으로 바뀌는 이유가 녹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 맥락에서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는 지적으로 인해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예측들도 있다. 그렇다면 나라별 여권 색상이 뜻하는 상징들이 무엇이길래 이러한 지적들이 나온 것일까? 알달록한 여권 색깔의 의미를 알아보자.

국제 민간 항공 기구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의 규정에 따라, 전세계 국가들은 빨강, 초록, 파랑 그리고 검정 계열로 네 범주의 색상만 여권 색상으로 정할 수 있지만, 각 색상 안에서도 다양한 농도로 차별을 두기 때문에 실제 여권들의 색상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한다.

크기와 형대에 대한 규정 역시 있지만,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색상과 디자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 국가들이나 같은 지역 국가들의 색상이 같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유럽공동체(EU) 가입국들은 붉은 계열인 와인 색상의 여권을 사용하는 경향이 높고, ‘카리컴’(Caricom. 카리비언 지역 및 공동 시장) 가입 국가들은 청색을 선호하는 데 이는 지리적 또는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뿐만 아니라 녹색은 서부 아프리카 국가 경제 공동체의 색으로 모든 회원국은 동맹국을 대표하는 녹색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정치적 그리고 역사적인 의미 역시 색상 선정 요인에 포함이 된다. 와인 색상을 가진 여권은 과거 공산주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일부 견해도 있으며 또한 청색은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국가 등 뉴월드(New World)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과 함께 터키의 여권은 유럽 공동체 가입을 희망하는 의미에서 ‘버건디’(burgundy. 프랑스 부르고뉴 산 포도주)로 색상을 변경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어서 색상 선정에는 종교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모로코, 파키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등 무슬림 국가들은 녹색 계통에서 색의 농도를 다르게 하고 있다.

이는 녹색이 이슬람 창시자인 무하마드(Muhammad)가 가장 선호하는 색상이며 ‘자연과 생명의 상징’이기 때문에 여러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서도 자주 보여지는 색깔이다. 우리나라의 일반 여권 색에 대한 불만 중에서 이슬람 국가가 아닌 국가가 어째서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녹색을 여권 색으로 선정을 한것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과는 다르게 조금 특별하게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나라들도 있다. 스위스는 밝은 빨강색을, 싱가포르는 밝은 오렌지 색상을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긴급 여행자용 임시여권으로 흰색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검정색은 가장 사용하지 않는 색으로 열 개국만이 이 색을 사용한다.

뉴질랜드는 국가 공식 색상을 따라 검정색을 사용하게 된 것이고, 콩고, 민주 공화국, 잠비아, 보츠와나, 말라위,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남아있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검정색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공식 색상은 아니지만, 한국 외교 여권이 청색인 것처럼 미국 외교 여권은 흑색인데, 이 여권은 공항에서 직원들이 수색, 연기, 억류 또는 체포를 할 수 없다는 증표라고 한다.

새롭게 변경되는 한국여권은 우연히도 북한의 여권색과 같은 남색계열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라는 시기적인 우연성도 있지만, 남북이 같은 색의 여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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