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 ‘살얼음판’… 印尼 또 기준금리 인상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를 주로 위협하던 신흥국 통화위기가 아시아로 번지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의 통화 가치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이달 들어 3% 넘게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벌이고 있는 전방위적 통상전쟁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국제 유가 상승,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같은 악재가 신흥국 통화를 흔들고 있다.

최근 가치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통화는 인도 루피화다. 루피화는 지난 28일 장중 달러당 69.09루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9일엔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에선 루피화 추가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다.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올 들어 7.7% 떨어졌다.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7.4%로 전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도 7.7%에 달했다. 하지만 통상전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상승하자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국이라는 약점이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원유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가 오르면 큰 부담을 지게 된다. 1분기에도 130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이달 들어서만 3.3% 하락했다. 2015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4월 연료보조금을 확대하고 쌀과 석탄 등의 가격을 통제하는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도입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태국 바트화 가치가 이달 들어 3.4% 하락했고, 필리핀 페소화도 1.7% 떨어지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외환시장에 보유 달러를 팔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5.25%로 인상했다. 최근 6주 사이 세 번째 인상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신흥국 중앙은행이 시장과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도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달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넘게 떨어졌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8%가량 하락했다. 사지드 치노이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기업들의 외화 부채 상환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달러화 표시 단기채권 발행 금지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기업이 역외 채권을 발행할 때 승인받도록 하고 있지만 만기가 1년 미만인 채권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만기 364일짜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올 들어 발행한 채권 규모는 244억달러(약 27조원)로 아시아에서 발행된 전체 달러 표시 채권의 3분의 1에 달한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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