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베트남진출 한국 봉제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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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일산 한국무역협회 호치민지부장

호찌민 인근 공단에서 현지근로자 800여명, 한국직원 5명을 거느리고 있는 한 한국계 봉제공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10여년 전 베트남에 진출해서 그동안 수익을 그럭저럭 냈으나 지난해부터 공장을 가동해도 남는 이익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해 7명에서 6명으로 축소 운영하던 한국직원을 다시 4명으로 줄여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 그동안 수출호황을 누렸던 베트남 진출 의류봉제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진출기업들은 베트남이 환태평양 동반자협정(TPP)에 따른 생산거점국으로 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생산라인을 앞다퉈 늘렸으나 올해 초 TPP가 좌초되면서 생산라인마저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의류봉제기업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애로는 갈수록 불어나는 임금부담이다.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이 매년 두 자릿수 인상되면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내년에도 1급지의 경우 최저임금이 우리나라 원화기준으로 20만원 상당하는 400만동(VND)선으로 인상되는 등 전체적으로 최저임금 6.5% 인상이 예고돼 있어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사전예고에 앞서 한국기업 회원사로 구성된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측이 의견서를 통해 “매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으로 인건비의 심각한 증가를 초래하여 현재 외투법인의 존폐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국봉제업계의 의견을 가감없이 알렸으나 지난해보다 0.8%포인트 낮아진데 그쳤다. 봉제기업들은 매년 적용되는 임금인상률을 더 이상 감내하기에는 힘들다는 불만이 지배적이다.

저임금에 의존해온 봉제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베트남내 생산 및 수출경영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각종 보험이나 수당, 노조비 등 추가비용 부담을 큰 폭으로 야기시켜 그나마 지탱해온 기업수익이 당연히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은 법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수당이나 추가임금을 지불하고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봉제업계의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인건비인상에다 오더감소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봉제업체들의 수출물량을 지탱해주던 대미(對美), 유럽오더가 눈에 띄게 줄고, 대량오더 대신 2000~3000장 규모의 샘플오더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물량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처지를 반영해 일부 오더량 확보가 안 된 몇몇 한국계 중소봉제기업들이 이미 가동률 저하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마저 심심찮게 나돌고 있을 정도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봉제기업은 약 500여개사에 달할 정도로 단일업종으로 진출업체가 가장 많은 대베트남 최대투자분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봉제업체라면 거의 대부분 베트남에 터를 잡고 있다고 보더라도 무리는 아니다. 베트남 섬유산업수출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진출 한국봉제업계의 인건비인상 등에 따른 경영압박은 예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경험했던 것처럼 생산주도권을 베트남 로컬기업에 내주고, 다시금 미얀마, 에디오피아 등 저임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할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생산대안이 될 만한 지역은 없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버텨낼 수밖에 없다.

베트남 진출 봉제업계는 로컬기업과는 차별화된 영업방식이나 원가절감을 통한 생존수단이 필요하다. 온라인 오더 및 제품트렌드에 맞게 대응해 나가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수출성장의 밑거름을 다졌던 봉제업계가 베트남에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금 성장가도를 질주하기를 기대해본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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