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해외한인사회가 문학적으로도 풍성해져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동경민단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로 동경을 찾았을 때 일본은 이시구로 가즈오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신문들은 수상 수식을 1면 톱으로 전하는가 하면, 이튿날에는 사설로도 수상 의미와 그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도 노벨상을 받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평화상 하나에 그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상이었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을 뿐이다.

그간 우리가 노벨상을 기대해온 분야는 문학상이었다. 우리 경제도 커졌고, 학문도 앞서는 분야가 나타나고 있지만, 기초과학분야는 노벨상을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다. 콩심은 데 콩난다는 말처럼 기초과학 분야에 그만한 투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분야는 다르다. 우리는 남들이 겪어보지 않은 6.25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분단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 지배의 아픔도 겪었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도 만들었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세계가 놀라는 방대한 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심원한 문화적 뿌리가 있어서 노벨문학상 발표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빗나가 문단은 물론, 이를 기다려온 우리 사회의 실망도 큰 게 사실이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이시구로 가즈오 작가는 1954년 나가사키에서 출생했다. 1945년 원폭이 투하돼 무려 7만명 이상이 사망한 곳이다. 수상자는 일본말을 거의 못한다고 한다. 6살 때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거기서 생활해온 탓이다.

그는 1982년에 ‘먼 산파(山波)의 빛’으로 등단했고, 2005년 장기제공을 위해 태어나는 클론의 비애를 그린 ‘나를 떼어놓지 마세요’라는 작품으로 해외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말은 비롯 잘 못해도 자신은 일본인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작품에도 일본의 감성이나 일본 문화가 녹아있다. 그는 수상 결정후 “내게는 늘 일본이 있다. 사고방식이나 세계관도 일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일본언론들은 전했다.

그의 수상에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이민자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영국이민 1.5세다. 일본 언론들은 “그의 작품 근저에 일본과 영국의 정서 융합이 있다”면서 “글로벌시대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 팝가수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해 ‘대중음악 가사’의 의미를 평가한 노벨문학상은 올해는 이국적 문화정서를 융합시키는 ‘이민자문학’에 주목한 듯하다.

그런 가운데 본지도 올해 ‘2017 세계청소년한글백일장’을 공모했다. 세계한인작가연합(회장 안혜숙), 대한민국독도사랑협회(회장 안청락)와 공동주최하고 세계한인무역협회(회장 박기출)이 공식후원한 이벤트다. 올해 처음 시작한 이 백일장에 무려 24개국 168명의 한인 초중고생들이 응모해왔다. 심사를 맡은 세계한인작가협회측에서는 “세계 한인 초중고생들의 작품을 보고 많이 배웠다, 감동했다”고 심사평을 했다.

본지만 아니라 재외동포재단과 세계 각지 한인언론들에서도 동포문학상을 공모 시상하고 있다.재외동포재단의 동포문학상이 이민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본지의 세계청소년한글백일장은 1.5세나 2,3세 초중고생들과 해외 한국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문학공모가 거듭돼 우리 해외한인사회가 문학적으로 더욱 풍부해지고 나아가 우리도 이시구로 가즈오 같은 작가를 배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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