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 이론’ 세일러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경제학과 심리학의 융합은 두 학문 모두의 발전을 의미

글. 김용욱 /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선정되었다. <넛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세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 분야의 대가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기존엔 독일식 발음 리처드 탈러(Thaler)라고 했지만 지금은 미국식 세일러를 쓴다.

흔히 정치와 경제를 불가분의 관계로 표현하나 이는 거시경제학(Macroeconimics) 분야에서 많은 성과와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결과다.
규제나 외교 등 보이는 세상 움직임으로 인해 경제를 연구하기 쉬운 이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굳이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연구가 쉽다는 생각이다.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공식은 있으되 정답(?)이 나오지 않으니 무한한 사고의 분야지 않는가?

이와 달리 미시경제학(Microeconimics) 분야는 경제 행동단위 자체에 대한 연구로 가격, 공급, 수요, 생산 등 인간의 경제적 선택을 연구하다 보니 연구가 쉽고 그간 무수한 이론이 정립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의 원론인 부분에 무슨 연구가 더 있겠냐고 하겠지만 그래서 연구가 더 어렵다. 순수학문과 응용학문 중 무엇이 더 어려우냐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 느끼는 상황이다.

경제 칼럼을 쓰는 입장에서 경제학을 비난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경제학이 가진 학문적 한계는 분명 인정한다. 인간의 절대적 이기성과 합리성이란 두 가지 전제 때문이다.

절대적 이기성은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한다는 것이고, 합리성은 모든 인간(경제인)은 올바른(합리적) 선택만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전제로 인해 경제학이 모든 현실 세계에 적용되기가 불가한 상황이 되기에 심리학의 도움을 통해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긴 분야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이다.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경제인간의 전제가 아닌 실제적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당연 인간의 행동 근원 연구이기에 심리학적 연구와 원칙들이 사용되고 수학과 물리학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정답과 예측을 가능하게 만든 학자로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세일러 교수의 이론은 경제적 선택활동에 심리적 특성으로 ‘제한적 합리성’, ‘사회적 선호’, ‘자제력 부족’의 세가지로 분석하고 증명에 성공한다. 첫 번째 ‘제한적 합리성’은 말 그대로 그간 주류 경제학의 비판이 되어온 인간은 완벽히 합리적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무의식적으로 ‘정신회계(마음의 가계부?)’를 한다면서 품위유지비나 부동산투기 같은 미명하에 자산에 여유가 있어도 저리의 대출이라며 불필요한 이자를 발생시키는 행동들을 이론화 한다.

두 번째 ‘사회적 선호’는 인간이 결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공정과 타인을 위한 비용지불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 경향을 말한다.

독재자 게임처럼 돈을 본인이 모두 다 갖던지 아니면 상대와 나누어 갖게 할 경우 인간은 거의 모든 경우 나누어 갖는 습성이 있다.

세 번째로 ‘자제력 부족’ 은 새해 결심이 유지되기 힘든 이유의 증명이다. 선택에 시간의 개념이 들어간 할인율의 개념이지만 세일러 교수는 심리학 실험을 통해 현실적 할인율 계산을 해낸다.

넛지(Nudge) 란 영어로 ‘팔꿈치로 툭 치다’의 뜻으로 알게 모르게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간섭(또는 개입)을 의미한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안에 그려 놓은 파리 한 마리가 소변기 밖으로 나가는 소변량의 80%를 줄이는 효과와 같은 시나브로 효과를 경제학에 접목한 것이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안내문보다 우리 동네 주민이 벌써 90% 납세를 이행했다는 안내문이 납세의무를 더 잘 이행하는 만드는 이유다.

얼마 전 소통강사로 유명한 분이 TV프로그램에서 인간은 의식을 반복하면 나중엔 무의식으로 반응하게 되고, 그 무의식은 또다시 다른 의식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서, 결국 인간은 어떠한 순간도 영원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이 순간이 영원하거나 영원하길 바라는 착각 속에 살아 간다고 했다.

세일러 교수 수상은 기존 경제학이 심리학을 통해 행동경제학으로 발전 되가는 역사이자 증명이다. 다음 세상엔 또 어떤 학문과 융합하여 더 발전된 경제학이 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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