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태원의 신한 위클리 포커스

올 한해도 이제 한 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한창 붐벼야 할 시장은 최근 한국을 덮친 소비한파 탓에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휩쓸고 있어 소비자물가는 출렁이고 중산층마저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겨울 한파 보다 더 매서운 경기 한파가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미국은 경기 회복신호와 함께 트럼프의 재정 지출 확대 및 감세와 같은 경제정책이 경기를 더욱 부양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2만선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요.

그런가 하면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각자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다국적인 통상 협약을 추진해가며 거대 경제블록을 형성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신한 위클리포커스 오늘은 각국이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연관되어 있는 거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FTA정의 및 우리나라 현황

자유무역협정 즉 FTA는 Free Trade Agreement라는 말 그대로,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에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와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무역 특혜를 누리게 되는 협정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은 세금 등 무역장벽을 없애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오가고 또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게 함으로써 상호 간의 교역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은1995년 세계무역기구인 WTO가 설립된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는데요. 2016년 6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발효된 지역무역협정 건수는 400건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370여 건이 1995년 WTO 출범 이후 발효된 건으로 이런 자유무역협정은 빠른 국제화와 더불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체결한 대표적인 FTA는 한미FTA로 2007년 협상 타결 후 양국 내 반발로 추가 협상을 해오다 타결 5년 만인 2012년에야 비로소 발효되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 협정을 통해 상품과 농산품, 금융서비스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양국 간의 무역수지를 높이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그 동안 1대1방식의 양자간 무역협정에 치중하였으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의 통상질서 속에서 세계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을 주축으로 기존의 양국간 자유무역 협정보다는 다자간 거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제 무역을 주도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뚜렷해 보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TPP와 알셉(RCEP)은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통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대표적인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입니다.

최근 메가 FTA: TPP와 RCEP

①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rans-Pacific Partnership)
TPP는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으로 회원국 간에 공산품과 농산물은 물론이고, 지적 재산권이나 금융, 의료 분야 등 모든 품목에 예외 없이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TPP는 지난 2005년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는 4개 나라로 출발했으나 2008년 미국과 호주, 일본 등이 협상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회원국이 12개 나라로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TPP는 유럽연합 인구의 2배에 달하는 8억 인구를 아우르게 되고 전 세계 교역량의 40%를 차지하며 참여국 GDP는 28조달러에 이르는 메가톤급FTA 규모로 확대되었습니다. 당초 미국의 TPP 동참 및 이후 적극적인 추진 배경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새로운 경제무역 질서 구축이라는 의도 외에 ‘중국 견제’라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그러나 이제 취임을 1개월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며 미국의 경제 부활을 위한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그는 취임 후 첫 100일 동안의 계획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TPP가 미국인 노동자들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TPP에서 탈퇴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사실상 TPP 탈퇴 선언을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을 비롯한 호주 싱가폴 및 베트남 등 참여 예정이었던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의 탈퇴선언에 우려를 표해왔으며 급기야 지난 주에는 미국주재 아시안 국가들의 대사들이 미국의 아사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이유로 트럼프에게 입장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환태평양 주요국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중국과 한국을 따돌릴 셈이었던 일본은 미국의 TPP 배신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황입니다.

아베 정권은 한국 등 경쟁국에 비해 다소 늦은 FTA 추진을 TPP 를 통해 한 방에 만회하겠다는 속셈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었습니다. 미국에 의한 TPP 좌초 위기에도 일본은 TPP를 포기하지 못하고 국내 비준절차 완료에 매진하는 등 미국을 제외한 추진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TPP의 발효는 사실상 힘들어 진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GDP는 TPP 전체 참여국 GDP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데, 최소 역내 85%의 GDP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비준하지 않으면 TPP는 발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한미FTA를 통해 미국과의 통상에서 여러 분야에 걸쳐 관세철폐의 수혜를 받고 있으나 일본은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TPP를 통해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하였으나 미국의 탈퇴로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된 셈이지요. 따라서 일각에서는 TPP의 폐기가 우리나라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트럼프의 TPP탈퇴 선언이 기존 한미 FTA에도 재협상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TPP에 미가입 상태이기는 하나 물밑에서 그 동안 가입의사를 계속 타진해 오고 있었죠. 따라서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알셉과 함께 TPP를 향후 우리나라 통상확대의 축으로 삼았던 만큼 이 중 한 축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메가 FTA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부의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②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렇게 그 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TPP가 좌초할 운명에 처한 가운데 중국 및 아세안이 추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인 RCEP(알셉)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인도네시아 땅그랑에서 제16차 공식협상을 진행하며 협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전 세계 통상협정을 주도해 온 최대 경제대국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발을 빼면서 그 자리를 중국이 비집고 들어오는 모양새 인 것입니다.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보호주의는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며 세계화의 대문을 결코 닫지 않을 것임을 국제무대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제2위 경제력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최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은 최근 TPP가 좌초할 운명이 되자 자국 주도의 국제경제 재편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존 미국이 이끄는 경제 무역 질서를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발언권이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알셉은 현재 아세안 10개국과 우리나라,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 나라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에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처음 논의 된 후 아직까지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최근 TPP에 쓰던 신경을 알셉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알셉은 GDP 총합이 28조 달러인 TPP보다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세계 GDP의 3분의1 수준인 22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국가들의 인구는 34억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48%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중산층 인구의 성장률이 유럽, 북미, 남미 등에 비해 높기 때문에 향후 그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인도네시아와 RCEP

인도네시아 또한 알셉 협상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알셉은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이던 2011년 아세안이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인도, 일본과 한국 등의 국가와 맺고 있던 개별 FTA를 통합하자는 취지에서 처음 논의 되었습니다.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알셉은 아세안이 추진하는 경제체라며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측은 줄곧 인도네시아가 16개 국가의 알셉 협의체에서 아세안을 대표하여 줄 것을 요청해 왔었습니다.

그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아세안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알셉 참여가 다른 아세안 국가 참여에 긍정적일 수 있겠지요. 또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도 알셉 참여는 저코스트 생산을 노리는 많은 글로벌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실리가 있습니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TPP와 알셉의 두 가지 경제협정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2015년 6월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가 TPP가입 협상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TPP불가입 의사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반면 알셉에 대해서는 ASEAN 10개 회원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며 알셉의 선택을 사실상 확정지었습니다.

TPP와 알셉은 ASEAN국가들에게 갖는 인센티브도 상이한 면이 있습니다. 통상전문가들은 알셉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ASEAN이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인 반면 TPP는 미국과 같은 주요 수출대상국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 성격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한 알셉은 참여 국가들의 경제발전도가 상이한 것을 인정하며 특정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특별조치와 예외조항을 적용하게 되기 때문에 TPP보다 더 합리적이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 또한 알셉을 통해 인도 및 중국으로의 농산물 수출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알셉 참여국들에 대한 인도네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규모의 56%가 넘으며 인도네시아 전체 수입품의 70%를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편 해당국가들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가 전체 외국인 투자의 50%에 육박하는 등 인도네시아 국제교역 및 경제에 있어 알셉 참여국들의 비중은 절대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인도네시아와 그 관계가 급성장한 중국은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계획과 조코위 대통령의 글로벌 해양강국 구축계획은 상호 협조가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밝히며 인도네시아의 알셉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 동안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분쟁은 알셉의 가장 큰 걸림돌이 었으나 최근 중국과 필리핀의 새로운 밀월관계를 감안하면 향후 알셉 협정은 더욱 순풍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계점

회원국들 간 자유로운 교역을 보장해 수출입 물량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과 경제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이지만 이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유무역협정 반대자들은 외국의 값싼 상품이나 재화, 노동력이 들어오면 자국의 산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개방에 따라 국내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농축수산업 분야와 서비스 분야로 이런 기본적인 자원이 위협을 받는다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전 세계 통상질서에 ‘신고립주의’라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바로 신자유주의로부터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논리이지요. 그러나 다수의 학자들은 실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은 자유무역주의가 아니라 기술발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에 대한 논란으로 당분간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 지, 숙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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